코로나19 거치며 ‘긴급돌봄체계’ 정립 필요성 부각
대구사회서비스원, 틈새돌봄으로 돌봄공백 최소화 역할 수행
긴급돌봄지원 수혜자, “다녀간 엄마이자 공기, 희망, 긴급수액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진들의 뛰어남, 그리고 돌봄지원자들의 능동적 희생, 감염자 동선까지 공개하며 선제적 대응에 협조한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세계적으로 돋보였다. 이런 우리 모습이, 한국의 일상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집단발병(5월 6일)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상이 돼버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3월 지역집단감염으로 많은 확진자를 발생시킨 경북의 사례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과제에 대비하는 긴급돌봄지원의 체계와 제도적 역할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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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남인순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포스트코로나와 사회서비스원의 필요성’을 개최했다. |
지난 29일 남인순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포스트코로나와 사회서비스원의 필요성’을 주제로 각계의 현장실무자 및 전문가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코로나19 대구지역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공적 전달체계 마련과 그 역할 수행을 위한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돼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했다.
대구지역 긴급돌봄지원 활동을 통해 김영화 대표(대구시사회서비스원)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사회가 지원을 필요로 했고, 누군가 나를 뒤에서 돌봐주고 있다는 안정감과 정서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확산으로 다중이용 복지시설 휴관 요청에 따라 사회복지시설·기관 등 사회복지현장의 휴관(휴원)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자가 격리 및 확진에 따른 돌봄의 공백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은 긴급돌봄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대구시는 2월 18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신천지 사례(31번 환자)로 급속히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27일 1,000명을 넘자 감염병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됐고, 이어 3월 15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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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대표 (대구시사회서비스원) |
긴급돌봄서비스지원과 관련해 대구사회서비스원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5월 27일 기준), 서비스지원은 △돌봄 파견 9,225건 △도시락배달 7,945건 등 총 20,416건이었으며, 대상유형은 △병원 5,468건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노인 5,134건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지원된 주요서비스는 돌봄파견, 도시락배달, 긴급돌봄수당(접수), 긴급생계자금 전화상담, 정신건강 전화상담지원을 비롯해 약품 심부름과 보호자 등의 식사추가 지원이었으며, 서비스는 1형~5형으로 분류해 각각 지원대상과 서비스내용에 따라 서비스 단가를 적용했다.
또한 긴급돌봄서비스를 의뢰한 사유로는 가족 확진, 이용기관 휴관 등이었고, 그 가운데 독거가 29.4%, 비수급이 45.4%로 나타나, 비수급 대상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특징을 보였다.
한편 긴급돌봄서비스지원단에 신청한 416명 가운데, 50대가 39.9%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가 18.0%를 차지했다. 이러한 통계에서 김 대표는 “위급할 때 마음과 열정으로 찾아온 건 시민들이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무엇보다도 따뜻한 도시락을 전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지원이 됐다”며, “척박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매일 지원을 기다린 사람들은 ‘잠시 다녀간 엄마, 생존, 공기, 희망, 마스크였고, 긴급수액이었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영화 대표는 “사회가 얼마나 지원을 필요로 했는가, 누군가 나를 뒤에서 돌봐주고 있다는 안정감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가를 알게 됐다”며, “그동안 사회적 돌봄·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오히려 우리가 돌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아수라장 같았던 지난 대구지역의 상황을 떠올리며 “공적 역할을 담당해야함에도 온전한 공적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 사회서비스원의 한계로 드러났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대구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공공돌봄체계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며 “틈새복지와 상시적 긴급돌봄지원체계를 위한 신속한 사회서비스원법의 제정 ·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서비스원만이 아닌 모든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이 연계협력을 강화해 다양한 형태의 긴급지원 공공시스템 개발과 돌봄서비스 종사자 확보 및 교육 강화,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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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을 나누는 토론자들 |
김형용 교수(동국대)는 “우리사회의 필수노동자이자 키워커(Key Worker)인 돌봄노동자들을 시장영역에 맡겨왔던 것을,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인프라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만들어졌다”며 필수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을 강조했다.
또한 “긴급돌봄은 시장이 메울 수 없는 상황에 공공이 투자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슈들을 서비스원에만 맡기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현실화된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사회적서비스의 전달체계를 바꿀 필요성이 대두된 뉴노멀(new normal) 사회에서, 커뮤니티케어에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이 정확히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지원주택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돼서 시설에 있는 노동자들까지 수용해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경석 공동대표(장애인차별철페연대)는 돌봄노동자의 정규직화, 월급제 도입 등의 필요성을 제기함과 더불어 “노인과 장애인의 경우, 시설중심에서 탈시설화을 강조해 지원주택으로 나가는데 성공했는데 지원노동자의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며 그 같은 의견을 표했다.
아울러 그는 “코로나19로 공공의료·공공복지가 사회적으로 중요해졌다”며, “사회서비스원이 시대적 정신을 가지고 지역중심의 공공서비스를 만들어주는 깃발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주진우 대표(서울시사회서비스원)는 “공적서비스의 역할 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증명됐다”며,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의 활동사례를 통해 “사회서비스의 공적체계가 미리 정리돼있었다면 대구 사례와 같은 위기상황에서의 혼란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곤란하거나 회피하는 서비스 또는 당사자에게 거부당한 서비스 등 대략 20%가 사회서비스원으로 넘어 온다”며, “서비스단가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의 경우, 시장원리로만 맡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고가의 서비스’를 이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지역사회 안에서 공공돌봄으로서의 지위 강화, 감염병 국가위기시의 대응방안, 불필요한 행정절차의 감소 등의 상황을 고려한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든 재난에는 긴급지원 창구가 꼭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현정희 공동대표(노인장기요양공공성강화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서비스는 공공성이 필요한 때, 필요한 사람한테, 필요한 서비스가 갈 수 있어야 최선”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이 그런 점에서 역할을 다 했다”고 평가했다.
현 공동대표는 돌봄서비스는 재택근무 · 비대면서비스가 불가능한 직접 접촉이 이루어지는 노동이기 때문에 키워커(Key Worker)로서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서비스원이 재가뿐 아니라 입소시설에도 공공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에 21대 국회의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호 사회서비스정책관(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은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서 대구사회서비스원이 긴급돌봄서비스에 대한 사례를 만들어 줬다”며, “사회서비스원의 돌봄영역을 어떻게 현실화하고 제도화시킬 것인가와 관련, 긴급돌봄체계를 사회서비스원이 갖추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직 법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서비스원이 작년에 4개 원이 만들어졌고, 올해 7개 원을 목표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긴급돌봄서비스 · 긴급돌봄체계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지위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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