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오늘 미자씨 오시는 날인것 아시죠?”

아침부터 직원들의 호들갑스러움에 나역시 들뜬 마음으로 모니터에 띄워진 붉게 별표로 특별히 표시된 황미자님의 예약칸을 눌러본다.

미자씨를 처음 알게 된게 벌써 16년째이다. 대학졸업을 앞둔 딸의 쌍꺼풀 수술을 위해 보호자로 오셨을때 쳐진 눈매에 깊은 팔자주름과 잡티 가득한 피부모습에 딸보다 오히려 어머니를 수술해야 한다고 농담을 할 정도 였으니.....

쌍꺼풀 수술이 마음에 들었는지 딸은 졸업후 회사에 입사해서도 꾸준히 보톡스, 필러, 피부관리를 받으러 열심히 병원에 다녔고 그때마다 미자씨는 말없이 딸과 함께 동행했다. 몇번의 시술 권유에도, “이 나이에 무슨 성형, 주책이지....난 이대로 늙을거야....딸이나 이쁘게 해줘요” 라며 미자씨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기억에도 희미해질때 쯤 미자씨가 더욱 수척해진 보습으로 이번에는 딸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방문했다.

“원장님, 우리 엄마가 2년전에 유방암으로 수술받았어요. 얼마전 가족사진을 찍는데 엄마가 자기는 한사코 안찍는다고 해서 물어보니 자신이 너무 늙고 초라해 보여 사진 찍는게 두렵데요. 우리엄마 좀 젊게 해주세요...부탁해요...”

그렇게 다시 시작된 미자씨와의 인연, 몇번의 망설임 끝에 수술대에 올라선 미자씨가 털어놓은 마음속 얘기는 아직도 귀에 선하다. “전 지금까지 큰 잘못한것 없이 열심히 살아왔어요. 결혼해서 살림하고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불평없이 열심히 살아왔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제거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내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살아왔나 하는 후회와 나자신에 대한 원망이 들더군요. 거울을 보니 내가 아닌 아주 늙고 초라한 할머니가 있구요. 나도, 나도 여자인데....”

그날 이후 미자씨는 우리병원에 제일 열심히 다니는 환자가 되었고 제일 세련된 고객이 되었다.쳐진 눈꺼풀은 자연스런 쌍꺼풀로, 불룩하고 심술맞아 보이던 눈밑은 탄력있고 환한 눈매로, 깊게 패인 팔자주름은 편안해 보이는 미소라인으로, 검버섯과 기미로 가득찾던 피부는 뽀얏고 탄력있는 피부로....

올때마다 두손 가득 직원들 간식거리를 사오신는 미자씨, 변해가는 외모와 화사한 옷차림에 넉넉하고 인자한 이미지로 직원들 모두에게 환영받는 VIP 환자가 되셨다.

“원장님, 우리가 알고 지낸지가 꽤나 되었죠? 그런데 왜 제가 원장님을 이렇게 믿고 계속 이 병원에 다니는지 아세요?.................., 그건 말이죠. 원장님이 처음으로 제 이름 황미자를 제대로 불러주셨던 분이세요....그전까지 저는 새댁, 미선엄마, 아줌마, 고객님, 사모님으로 불렸거든요.

제가 미자라는것을 처음 깨닫게 해준 고마운 분이세요..”

이제 잠시 후면 예약한 미자씨가 병원에 오신다. 오늘은 더 큰소리로 인사해야겠다. “미자씨, 오랜만이네요. 미자씨 더 이뻐지셨네요! 오늘은 리프팅레이져 하시는 날입니다....”

박철수(찰스성형외과 대표원장)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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